삼일간의 장례를 치루며
장례당일
장례지도사의 핸드폰으로 늦은 시간 울리는 벨소리는,누군가의 부고를 알리는 비극적인 이야기로 시작되곤 합니다. 의정부의 한 병원에서 임종을 맞으신 할머님, 연세가 꽤 되신 부모님을 대신해 손자분께서 대신 접수를 주셨습니다.
최근 치매가 악화되어 병세가 급격히 나빠졌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은지 2주 정도 되었던 것 같았는데 오늘을 채 넘기지 못 하시고 임종을 맞이하셨다고 합니다. 치매로 고생하신 가족분들도, 고생을 하다 돌아가신 고인도 참 안쓰럽게만 느껴졌습니다. 그렇기에 장례는 더욱이 퀄리티 있고 편안하게 준비할 수 있도록 조치를 해 두었습니다.
장례는 어떻게 해야할지 감을 잡지 못 하고 계셨기에, 특히나 장례가 처음이신 가족분들을 많이 접하는 저로서는 부담감을 훨씬 덜어드리면서 소박한 장례를 준비해 드리겠노라 말씀 드립니다. 장례식장은 의정부연세장례식장으로 잡아 드렸고, 특실을 사용하셨습니다. 조문객 180명 정도가 오신다고 말씀 들었고 실제로도 사흘 간 그 정도의 손님들이 왔다 가셨습니다. 빈소가 너무 휑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으리으리하지도 않았으면 한다는 그 말씀이 무슨 느낌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제단도, 빈소 크기도, 음식 주문도 적당한 선에서 준비를 해 드려야 전체적인 장례 비용이 효율적으로 절감될 뿐더러 신경 써야할 곳에 딱딱 집중할 수 있어서 전체적인 장례 퀄리티도 올라가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빈소를 따뜻한 조명과 아늑한 장식들로 꾸며, 가족들이 할머님과 함께한 시간을 떠올리며 서로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준비했습니다. 조문객이 드나드는 동안에도 일상적인 대화와 추억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했습니다. 오랫동안 할머님을 간병하며 지친 가족분들이 조금이나마 위로받을 수 있도록, 작은 세심한 배려를 더했습니다.
장례 이튿날
이튿날은, 새벽부터 시작됩니다. 새벽 꽃시장에 들러야 가장 좋은 상태의 꽃을 사올 수 있기 때문에, 가족분들과 고인을 위해서 이 정도의 수고로움은 기꺼이 감수합니다. 안치실에서 입관실로 할머님을 모셔오고, 복원 메이크업을 합니다. 대강 분칠하는 수준이 아닌, 생전에 생기 있고 어여쁘던 그 모습처럼 꼼꼼히 메이크업을 덧칠하고 씻겨 드리면서, 예전 그 밝고 명랑하셨던 모습처럼 복원합니다. 꽃들과 함께 어울리며 평온한 모습을 하고 계신 할머님을 보니, 자녀분들도, 장례를 주도한 손자 손녀 분들도 너무나 많은 눈물로써 할머님을 반겼습니다. 치매로 고생이 참 많았던 가족분들입니다. 그렇기에 흐르는 눈물의 온도도 꽤 높게 느껴졌습니다. 꽃잎 가득 담은 이불을 가족분들 손으로 덮어 드리니 그제서야 제대로 된 인사를 나누며 보내드릴 수 있을것만 같았습니다.
장레 마지막날
발인식날 아침
마지막 날은 역시나 발인 절차의 준비로 인해 정신 없이 바쁩니다. 따라서 더욱 일찍이 도착하여 가족분들을 깨우고 움직일 준비를 합니다. 리무진이 등장하고, 가족분들을 모실 장의 버스도 따로 불러 드렸습니다. 관은 리무진에 운구한 뒤 꽃잎처럼만의 추모 방식으로 꽃다발을 바치며 다시금 발인제를 올립니다. 참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가는 순간입니다. 유족들도 많이 우셨습니다. 화장장에 들어서서도, 그 쉼 없는 눈물이 화로에 관이 들어가는 순간 극치를 달렸습니다. 단순 슬픔 뿐만이 아니라, 이젠 편히 쉬실 수 있겠다는 그 아쉬움과 허망함, 그리고 안도감이 겹쳐진 결과입니다. 많은 가족분들을 돌봐 드렸지만 치매 환자를 모셨던 집안은 더욱이 복잡한 감정을 띄시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감정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저는 그저 따스하고 퀄리티 좋은 장례를 준비할 뿐이고 유족들의 추모의 방식에 따라 진심으로 그에 맞는 분위기를 만들며 가시는 길,정성 다하는 꽃길로 꾸며드립니다.
임종이란 무릇 존엄하게 끝나야 되는 법입니다. 고요한 납골당에 마지막에 그토록 바라시던 평안을 얻으시면서, 납골당 또한 그리 부담되는 가격이 아닌 곳으로 제가 추천해 드렸기에 가족분들도 모두 마음 놓이는 마무리였습니다. 장례라는 긴 여정 끝에서 포기하지 않고, 씩씩하게 이겨내신 유족분들께 경의를 표합니다.
안온하고 존엄한 마무리를 위해서, 언제라도 다른 가족분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장례지도사 김현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