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단 하나뿐인, 조용한 가족장

마음속 깊이 남아 있기를 바라며…

현장에 도착하니, 가족분들께서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병실 앞을 서성이며 애타는 표정으로 저를 맞이하셨습니다. 말 한마디, 눈빛 하나에도 깊은 슬픔이 묻어났고, 저는 그런 유족분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고 싶어, 침착한 자세로 장례 절차 하나하나를 설명드리며 차근차근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가족분들의 마음에 생긴 혼란과 두려움이 조금이나마 가라앉을 수 있도록, 저 스스로 더욱 단단해져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조문객이 많지 않을 것으로 보였기에, 병원과 가까운 부천장례식장의 소형 빈소를 빠르게 섭외하였습니다. 약 10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가 마련된 곳이었습니다. 시간적으로 여유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고인을 병원에서 장례식장으로 모셔오는 절차부터 빈소 접수, 사망신고에 필요한 서류 작업까지 모두 제가 직접 챙겼습니다. 유족분들께는 필요한 서류만 요청드리고, 행정 절차는 최대한 간소화하여 가족분들께서 오롯이 슬픔에 집중하실 수 있도록 도와드렸습니다.

가족분들 중에는 장례를 처음 경험하는 분들이 많았고, 아직 젊으신 분들이 대부분이셨기에 여러모로 저를 많이 의지하셨습니다. 저는 유족분들과 마주 앉아 진심을 다해 말씀드렸습니다. “제가 어머님을 정성스럽게 보내드리겠습니다. 무엇보다 가족분들께서 후회 없이 마지막 인사를 마치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저는 그 순간부터 온전히 장례에 집중하였습니다.

다행히 빈소 상황이 여유 있어, 비교적 작은 규모의 빈소였지만 넉넉하게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외부의 소음도 적었고, 조문객들의 발걸음도 분산되어 있었기에,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가족분들께서 고인과의 마지막 시간을 깊이 있게 나누실 수 있었습니다. 요즘 점점 늘어나고 있는 가족장 형식처럼, 외적인 형식보다는 내적인 정성과 마음에 초점을 맞추어 장례를 준비해드렸습니다.


특히 따님께서는 유난히도 마음이 지쳐 계셨습니다. 큰 상실감과 동시에 장례를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이 어깨를 짓누르고 있던 상황이었지만, 그런 모습 속에서도 어머님에 대한 사랑이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저는 현실적인 부분까지 세심하게 챙겨드리며, 따님께서 장례 진행에 집중하실 수 있도록 전반을 도맡아 진행했습니다. 제 진심을 알아주시고, 마지막 날에는 눈시울을 붉히며 제 손을 잡아주셨던 그 따뜻한 순간을 저는 결코 잊지 못할 것입니다.

접객을 맡아주신 여사님 또한 이 장례를 더욱 뜻깊게 만들어주신 분입니다. 유족분들이 따로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될 만큼 섬세하고 따뜻하게 조문객을 맞이해주셨고, 식사는 정성 어린 한 끼가 되도록 세심히 챙겨주셨습니다. 무엇보다 상차림이 단순한 음식의 의미를 넘어서, 고인을 향한 마지막 정성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도와주셨기에, 장례 전체가 더욱 빛날 수 있었습니다. 소박하지만 진심 어린 마음으로 준비된 이 가족장의 분위기는, 마치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평화롭고 따뜻했습니다.

입관식을 준비하는 날, 저는 누구보다 일찍 장례식장에 도착했습니다. 어머님의 마지막 모습이 아름답고 평안하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복원 메이크업을 정성껏 준비했습니다. 얼굴에 생기를 살리고 안색을 고르게 정리해드리며, 고운 옷과 함께 어울리는 꽃장식을 손수 배치했습니다. 준비를 마친 어머님의 모습을 마주한 유족분들께서는 숨을 삼키듯 조용히 다가오셨고, 그 순간의 고요한 감동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깊었습니다.

입관 후 진행된 조문 응대 시간에도, 저는 빈소와 접객실을 오가며 조용히 필요한 역할을 이어갔습니다. 가족분들께는 최대한 부담을 드리지 않도록, 모든 부분을 미리 체크하고 조정해드리며 정중하게 안내해드렸습니다. 발인일 새벽, 다시 이른 아침에 장례식장으로 향하며 저는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유족분들의 마지막 배웅이 어지럽지 않고 차분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작은 준비 하나도 허투루 하지 않겠다는 마음이었습니다.

발인제는 따님의 요청으로 간소하게 준비되었지만, 그 안에는 어머님을 향한 깊은 마음이 오롯이 담겨 있었습니다. 특별한 장식은 없었지만, 제가 정성껏 준비한 꽃다발을 손에 들고 고인 앞에 선 따님의 모습은 조용한 울림을 주었습니다. 화장장에서의 마지막 작별, 수골을 마친 뒤 작은 봉안함을 손에 들고 울먹이던 따님의 모습은 제 마음에도 깊이 새겨졌습니다. 그 모든 시간이, 짧지만 깊은 인연이자, 함께한 감정의 기록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납골당에 도착해 안치가 마무리된 후, 따님께서는 조용히 봉안함 앞에서 두 손을 모았습니다. 그 손끝의 떨림 속에서, 사랑과 그리움, 감사와 미안함이 모두 전해졌습니다. 저는 뒤에서 조용히 그 모습을 바라보며, 이 장례가 단순한 절차가 아니라 삶의 마지막 페이지를 정성스럽게 넘기는 일이란 걸 다시 한 번 깊이 느꼈습니다.

이번 장례는 소박했지만, 그 안에는 진심이 있었습니다. 떠나는 이와 남겨진 이 모두가 마음으로 작별을 나눌 수 있었기에, 제게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장례로 자리 잡았습니다. 장례는 단순한 이별이 아니라, 사랑을 마무리하는 시간입니다. 저는 언제나 그 사랑의 마지막을 함께하며, 유족분들의 곁을 지키는 따뜻한 장례지도사가 되고자 다짐합니다.

부천장례식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