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병원장례식장에서 마지막 인사를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상실감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깊습니다. 장례 기간 동안 슬픔에 잠겨 모든 것을 무의미하게 느끼다가, 초상이 끝난 뒤 뒤늦게 아쉬움을 토로하는 유족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픕니다.
장례지도사로서 저는 고인의 마지막 여정을 유족들에게 미련이나 후회가 남지 않는 시간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장례의 모든 절차를 정성과 진심으로 준비합니다. 이번 아산병원장례식장에서의 삼일장 역시 그러한 마음가짐으로 임했습니다.
상주님과의 인연은 두 달 전 시작되었습니다. 투병 중인 아내의 상태가 악화되면서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상주님의 요청으로 상담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상주님은 “아내를 위해 가장 좋은 선택을 하고 싶다”며 차분한 목소리로, 그러나 그 속에 담긴 슬픔을 애써 감추며 저를 찾아오셨습니다.
아내분은 생전에 조용한 가족 장례를 원하셨고, 집 가까운 곳에서 장례를 치르고 싶어 하셨습니다. 저는 상주님의 뜻을 세심히 기록하며, 고인의 뜻이 담긴 장례를 준비하기 위해 빈소와 봉안당, 고급 수의 준비 등 모든 요청 사항을 꼼꼼히 계획했습니다.
그로부터 두 달 뒤, 고인의 마지막 순간이 찾아왔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저는 즉시 앰뷸런스를 보내 고인을 모시고, 미리 예약한 아산병원장례식장에 연락해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접객을 위한 도우미를 소집하고 부고 알림 서비스도 신속히 진행했습니다. 빈소는 상주님 댁과 가까우면서도 시설이 깨끗한 곳으로 정했으며, 유족들에게 필요한 작은 부분까지도 꼼꼼히 챙겼습니다.
장례 첫날, 예상보다 많은 조문객이 방문하면서 빈소는 따뜻한 온기로 가득 찼습니다. 고인의 생전 인품을 보여주는 듯한 모습에 유족들은 물론 조문객들까지 감동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조문객이 많아지며 불편한 상황이 생길 수 있어, 음식 준비와 자리 정돈을 철저히 분담하며 모든 절차를 원활하게 진행했습니다.
장례 이틀째 아침, 생화를 준비하며 하루를 시작한 뒤 유족들의 밤새 불편함을 확인하고 염습실로 향했습니다. 긴 투병으로 흔적이 남아있던 고인의 모습을 정성스레 정돈하며 마지막으로 아름다운 생화를 더해 고인의 품격을 높였습니다. 입관식에서 상주님은 아내의 손을 잡고 “이제 아프지 말고 편히 쉬라”며 작별의 인사를 전했고, 두 아드님은 어머니께 꽃을 안겨드리며 깊은 애정으로 배웅했습니다.
마지막 날 아침, 발인을 위해 유족들과 함께 화장장으로 이동하며 고인의 마지막 여정을 지켜드렸습니다. 고운 유골함에 담긴 고인은 이제 긴 투병의 아픔을 뒤로하고 평온한 안식으로 들어가셨습니다. 막내 아드님이 유골함 옆에 고인의 사진을 놓으며 참아왔던 눈물을 터뜨렸던 모습은 저에게도 깊은 여운을 남겼습니다.
장례가 마무리된 후, 상주님은 “덕분에 아내를 잘 보내드릴 수 있었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하셨습니다. 그 말 한마디가 저에게는 이 일을 하는 가장 큰 보람으로 다가옵니다.
아산병원장례식장에서의 삼일장은 떠난 고인이 별이 되어 남은 이들의 가슴 속에 오래도록 빛나길 바라며 마무리되었습니다. 그 가족들의 앞날에 평안과 행복이 함께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장례지도사 김현희였습니다.